‘미래’의 당신이 가장 그리워 할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그대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2012년 강릉원주대학교에 입학하여 2021년 치위생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는 강릉원주대학교 교양기초교육본부에서 대학의 교양교육과정을 분석하고, 교양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연구와 기획을 맡고 있는 연구교수 이수향이라고 합니다.
교정에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어느 날, 올 한 해 고생 많으셨던 여러분들께 따뜻한 응원 메시지를 전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습니다. 어떤 글이 여러분께 위로와 응원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선배이자, 언니 그리고 누나인 제가 강릉에서 이십 대를 보내며 느낀 생각들을 진솔하게 나누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2012년 2월, 설렘과 기대보다는 두려움과 걱정을 가득 안고 처음으로 가족의 품을 떠나 강릉에 홀로 내려왔습니다. 그 당시의 저는 세 번의 수능을 마친 뒤라, 남들보다 뒤쳐져 있다는 불안감과 조급함이 참 가득했던 신입생이었지요. 특히, 두 번째 수능을 보러 가던 날 생각지 못한 교통사고가 나면서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긴걸까’ 답이 없는 질문을 세상에 던지며 뾰족한 가시를 잔뜩 세우고 있는 고슴도치같은 새내기였습니다.
다행이 대학에 들어와 처음 접한 새로운 학문, ‘치위생학’에 매료되었고, 제가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이 학문을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협회의 학생 기자 활동, 학과 홍보단장, 몽골 치과의료팀 봉사활동, 교내 프레젠테이션 대회 등에 참여하며 학생 신분으로 ‘치위생학’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활동하였고, 그 열정이 쭉 이어져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남들의 시선과 말에 다치기도 했고, 부족함으로 엎어지고, 깨지기도 했으며, 예상하지 못했던 난관에 부딪쳐 남몰래 울던 시간들도 참 많았지요.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때 그 시절을 다시 떠올려 보면, 그간의 경험들을 통해 이 세상에 없을 줄로만 알았던 나와 비슷한 에너지를 가진 인연을 만나기도 했고, 수 많은 실패와 아픈 경험들이 지금의 성숙하고, 단단해진 나를 만날 수 있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제 소개를 이렇게 길게 설명드린 이유는 제가 스물 아홉 살에 깨달은 것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과거의 모든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죠. 여러분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지금 매 순간 경험하고, 선택하는 모든 오늘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대학 시절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요?
저는 여러분들께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것에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저 또한 그러했지만, 많은 학생들이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통념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엄격한 잣대로 손쉽게 잘 해낼 수 있는 선택을 쫒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 번 즈음 경험해 보셨을거예요. 실패와 아쉬움이 가득한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는 여러분 고유의 것이 된다는 것을요. 고슴도치가 되어 본 사람은 또 다른 고슴도치를 한 눈에 알아보고, 품어줄 수 있죠. 그리고 언제 내 가시가 뾰족해지는 지 깨닫고, 그런 상황을 지혜롭게 피하거나 이용할 수 있게 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늘 관심 갖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물음의 답을 찾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나는 이런 일을 할 때, 보람을 느끼는 구나’, ‘나는 저런 유형의 사람은 나와 잘 맞지 않는구나.’, ‘나는 시험 열흘 전부터 조금씩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구나.’, ‘나는 피곤할 때, 예민해지는 편이구나.’
이렇게 다양한 상황 속에서 나의 생각과 감정이 어떠한지 살피고, 나를 알게 되면,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조금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대처를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이고,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는 것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출석을 부르며, “요즘 너를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이니?”라고 묻곤 합니다. 대다수 학생들이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이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이 질문을 곱씹으며 고민하다가 눈물을 보이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생각보다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제일 먼저 제쳐두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을 빌어 여러분께 하루에 하나 여러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을 실천하고, 온 마음으로 그 즐거움을 느껴보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늘 행복할 수 없죠. 특히, 나를 아프게 하고, 괴롭게 했던 기억은 오래 갑니다. 물론, 그 아픔이 있었기에 우리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겠지만, 잘 못하면 슬픔 속에 잠식될 수도 있죠. 그런데 다시 떠올려보면, 괴로웠던 날에도 즐거울 순간은 꼭 있었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로 귀가하는 길에 듣게 된 캐롤, 아침 일찍 등교하는 길에 만난 고양이 한 마리, 시험지에서 아는 문제가 나왔을 때의 희열감, 갑자기 연락 온 그리운 친구의 카톡 하나, 기분전환을 위해 시킨 야식, 복도에서 반갑게 인사해주시는 교수님,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먹는 점심 시간 등 괴로운 일은 우리가 노력한다고 해서 그 크기를 줄일 수 없지만,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은 우리 힘으로 얼마든지 그 빈도와 크기를 다양하게 키울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작성하다가 우연히 아이유의 “스물 셋”이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습니다. 가사 중에
난, 그래 확실히 지금이 좋아요
아냐, 아냐 사실은 때려 치고 싶어요
아 알겠어요 난 사랑이 하고 싶어
아니 돈이나 많이 벌래
맞혀봐
어느쪽이게?
많은 학생들이 이 가사처럼 지금 내적 혼란을 겪고 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수능만 보면, 대학에 입학만 하면, 저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기만 하면, 돈을 벌기 시작하면, 행복하겠지 기대했을텐데 인생은 늘 그렇듯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했을겁니다.
분명한 것은 이 어려움이 여러분만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교수님도 선배도 하물며 지금 바로 내 옆에서 너무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내 동기도 누구나 고민과 어려움을 가지고 산다는 겁니다. 그러니 당신의 눈 앞에 놓인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고, 하루하루 감사하고 성실하게 살아보세요. 결국 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나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과 사랑이니까요.
끝으로 아마 한 번은 들어보셨을 것 같아요.
‘지금 네가 얼마나 좋을 때인지 모르지’
여러분들은 여러분 모르게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답니다. 그 존재만으로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요. 다만, 지금의 내가 그 사실을 모를 뿐이죠! 지금 여러분이 10년 전의 여러분을 그리워하듯, 미래의 당신은 지금의 당신을 그리워하고, 부러워하고 있을겁니다. 그러니 그런 당신을 믿고, ‘오늘(매 순간)’을 힘차고 밝게 맞이해보면 어떨까요?